본문 바로가기
건강

크리글러-나자르 증후군(Crigler-Najjar Syndrome): 빌리루빈 대사의 미스터리

by elysia2 2025. 4. 9.

크리글러-나자르 증후군(Crigler-Najjar Syndrome): 빌리루빈 대사의 미스터리


빌리루빈, 그리고 희귀 질환의 이야기

우리 몸은 하루도 쉬지 않고 새로운 세포를 만들고 오래된 세포를 재활용하며 살아간다. 그중에서도 적혈구의 재활용은 생명 유지에 중요한 과정이다. 적혈구가 분해되면서 생성되는 물질 중 하나가 **빌리루빈(Bilirubin)**이다. 빌리루빈은 간에서 처리되어 소변이나 대변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되는데, 이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몸에 빌리루빈이 쌓여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크리글러-나자르 증후군(Crigler-Najjar Syndrome)**은 바로 이 빌리루빈 대사에 심각한 이상이 생기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매우 드문 이 질환은, 치료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신경 손상과 생명을 위협하는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 오늘은 크리글러-나자르 증후군의 원인, 증상, 진단, 그리고 치료법까지 자세히 살펴보며 이 희귀 질환의 미스터리를 풀어보자.


1. 크리글러-나자르 증후군이란 무엇인가?

크리글러-나자르 증후군은 간에서 빌리루빈을 처리하는 효소의 결핍으로 인해 발생하는 유전 질환이다. 빌리루빈은 적혈구가 분해될 때 생성되며, 간에서 **글루쿠론산(Glucuronic acid)**과 결합해 수용성 상태로 변환된 뒤 배출된다. 하지만 크리글러-나자르 증후군 환자는 이 과정을 담당하는 효소인 **UDP-글루쿠론산 전이효소(UGT1 A1)**의 기능이 결핍되거나 완전히 없어, 빌리루빈이 처리되지 못하고 혈액 내에 축적된다.

이 질환은 크게 1형2형으로 나뉜다:

  • 1형: UGT1A1 효소의 완전 결핍으로 인해 심각한 고빌리루빈혈증(hyperbilirubinemia)이 발생하며, 치료하지 않으면 신경 손상(핵황달)과 사망에 이를 수 있다.
  • 2형: 효소 기능이 일부 남아 있어 1형에 비해 증상이 덜 심각하다. 광선치료와 약물 치료로 관리가 가능하다.

2. 원인: 유전자의 작은 결함이 만든 큰 문제

크리글러-나자르 증후군은 UGT1A1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이 유전자는 간에서 빌리루빈 대사를 조절하는 효소를 생성하는 데 관여한다.

  • 유전 방식:
    크리글러-나자르 증후군은 자동 열성 유전질환이다. 이는 부모 양쪽 모두로부터 돌연변이된 유전자를 물려받아야 질환이 발현된다는 뜻이다. 부모 중 한쪽만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경우, 자녀는 질환에 걸리지 않고 보인자로 남을 수 있다.
  • 유전자의 역할:
    돌연변이된 UGT1A1 유전자는 효소의 생산을 방해하거나, 생성된 효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한다. 결과적으로 빌리루빈이 처리되지 못하고 혈액 내 축적되어 **황달(Jaundice)**과 같은 증상을 유발한다.
  •  

크리글러 나자르 증후군


3. 주요 증상: 크리글러-나자르 증후군이 보내는 신호

신생아기 증상

크리글러-나자르 증후군은 주로 신생아 시기에 첫 증상을 나타낸다. 출생 직후부터 심각한 황달이 나타나며, 황달은 일반적인 신생아 황달과는 다르게 치료 없이 사라지지 않는다.

고빌리루빈혈증의 영향

혈액 내 빌리루빈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 빌리루빈이 뇌 조직에 침착되어 **핵황달(Kernicterus)**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심각한 신경 손상을 초래하며, 다음과 같은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 근육 경직 또는 저긴장증
  • 경련
  • 청각 손실
  • 지적 장애
  • 운동 능력 손실

1형 vs. 2형의 차이

  • 1형: 빌리루빈 수치가 20~50mg/dL 이상으로 매우 높다. 치료하지 않으면 생후 첫해에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
  • 2형: 빌리루빈 수치가 7~20mg/dL로 상대적으로 낮으며, 적절한 치료로 정상적인 수명을 유지할 수 있다.

4. 진단: 크리글러-나자르 증후군을 찾아내는 방법

혈액 검사

  • 총 빌리루빈 수치 측정: 혈액 내 빌리루빈 농도가 매우 높게 나타난다.
  • 직접 빌리루빈 vs. 간접 빌리루빈: 간접 빌리루빈(처리되지 않은 빌리루빈)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유전자 검사

  • UGT1A1 유전자 분석을 통해 돌연변이를 확인한다. 이는 확진에 가장 중요한 검사다.

간 기능 검사

  • 간 기능은 대체로 정상으로 나타난다. 이는 크리글러-나자르 증후군이 간의 다른 기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신경학적 평가

  • 핵황달이 의심되는 경우 뇌 MRI나 CT 스캔을 통해 신경 손상의 여부를 확인한다.

5. 치료: 빛과 약물로 이어가는 삶

크리글러-나자르 증후군의 치료는 질환 유형(1형 또는 2형)에 따라 달라진다. 완치가 가능한 치료법은 없지만, 적절한 치료를 통해 합병증을 예방하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1형 치료

1형 환자는 빌리루빈 수치를 관리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 광선치료(Phototherapy):
    • 빌리루빈을 분해해 배출하기 위해 피부에 강한 파란색 빛을 쪼이는 방법이다.
    • 신생아 황달 치료에서 사용하는 광선치료보다 훨씬 강한 강도로, 하루 10~12시간 이상 시행해야 한다.
  • 간 이식(Liver Transplantation):
    • 간 이식은 1형 환자에서 유일하게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 간 이식 후에는 정상적인 빌리루빈 대사가 가능하다.

2형 치료

2형 환자는 빌리루빈 수치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비교적 간단한 치료로 관리가 가능하다.

  • 페노바르비탈(Phenobarbital):
    • 효소의 작동을 일부 활성화시켜 빌리루빈 수치를 낮추는 약물이다.
  • 광선치료:
    • 2형에서도 빌리루빈 수치가 급격히 상승하는 경우 광선치료를 보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6. 크리글러-나자르 증후군 환자의 삶과 관리

1) 정기 검진의 중요성

환자는 평생 동안 혈액 내 빌리루빈 농도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정기적인 간 검사와 신경학적 평가를 통해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2) 생활 관리

  • 햇빛 노출 최소화: 광선치료를 받지 않는 동안에는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거나 장시간 햇빛 노출을 피해야 한다.
  • 규칙적인 식습관: 간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저지방, 고섬유질 식단을 권장한다.

3) 가족 상담과 유전자 검사

질환의 유전적 특성 때문에 가족 구성원에 대한 유전자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특히 계획 임신을 고려하는 경우, 유전자 상담을 통해 질환의 유전 가능성을 파악해야 한다.


작은 유전자의 결함이 만든 큰 도전

크리글러-나자르 증후군은 우리 몸에서 빌리루빈이라는 작은 분자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질환이다. 치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환자들은 더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게 되었지만, 여전히 조기 진단과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희귀질환에 대한 인식과 연구가 확대되기를 바라며, 크리글러-나자르 증후군 환자와 가족들이 더 많은 지원과 희망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